대한성형외과의사회 임원들이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잇따르는 성형 의료사고에 대해 “썩은 살을 도려내겠다”면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지난해 한 여고생이 서울 강남의 그랜드성형외과에서쌍커풀수술과코수술을 받은 뒤 의식불명에 빠진 사건에 대해 “그랜드성형외과 회장을 비롯해 12명의 의사에 대해 회원 자격정지 등의 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밝힌 일부 성형외과들의 불법의료행위 실태는 심각했다. 수술대에 누운 환자를수면마취시켜 재우고 그간 환자의 진료·상담을 맡았던 의사가 아닌 ‘생면부지의 다른 의사’(섀도 닥터)가 들어와 수술한 뒤 환자가 깨기 전에 나가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심지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대리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제는 외국인들조차 ‘섀도 닥터’의 존재를 알고 있을 정도가 됐다”고 밝혔다.
손팻말로 불법의료 엄벌 촉구… 성형외과 의사들 “국민에게 대신 사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임원들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본관에서 잇따르고 있는 성형 의료사고에 대해 사과하고(오른쪽 사진), 대리수술과 의사면허 대여 등 불법적인 의료행위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그랜드성형외과의 경우 작은 칸막이로만 수술대 사이를 막아놓고 동시에 두 명을 수술한다거나, 단지 커튼만 달아놓은 완전히 막히지 않은 수술실이 여러 개였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병원에서는 환자의 산소포화도(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실어나르는 정도)가 80%만 돼도 긴장하는데 이 병원에서는 여고생 사건도 그렇고 20%까지 내려가는 일이 잦았다”고 밝혔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이처럼 대량의 수면마취제를 투여해 환자를 속이기 위해 ‘의사면허 대여’ 관행까지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대량의 수면마취제를 유통하기 위해 의사면허를 빌려 의료기관을 계속 개설하고 불법행위를 감추기 위해 면허 대여자를 바꿔가며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특히 ‘의사면허 대여’에 협조하지 않는 의사는 일감을 주지 않는 등 ‘왕따’와 지속적 압력행위도 일어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성형외과의사회의 김선용 법제이사는 “근로계약서에 코디네이터(상담실장)가 정한 수술을 거부해선 안된다거나 병원이 필요로 하면 의사면허를 빌려줘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는 등 (그랜드성형외과는) 일종의 범죄조직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형외과의사회가 내린 회원 자격정지로 이들의 의료행위를 중단시킬 수는 없다. 의사회 측은 “그랜드성형외과의 불법의료행위 등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성일 : 14-04-12 22:55
조회 : 7,1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