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눈이 아시아에 쏠렸다. 세계의료관광 허브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보기 위해서다. 선두주자를 자처하는 태국과 싱가포르, 이들을 열심히 뒤쫓는 말레이시아·대만·인도네시아·베트남. 민간에서 촉발된 이들의 경쟁은 정부의 지원 속에 급성장하고 있다. 늦었지만 한국도 뒤질 수 없다. 뛰어난 의료기술, 관광상품과의 연계 등으로 무장하고 맹추격에 나섰다.
2012년 현재 세계의료관광 시장규모는 1천억 달러, 의료관광객은 5천400만 명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곳은 아시아다.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지만 의료수준이 높고 관광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사진_ 연합DB
의료서비스와 관광을 결합한 의료관광에 각국의 관심이 뜨겁다. 수요가 날로 커져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도 인식된다. 2012년 기준 세계의료관광 시장규모는 1천억 달러(약 102조5천억 원). 의료관광객은 2005년 1천900만 명에서 2012년 5천400만 명으로 급증했다.
그중에서도 세계인의 눈은 아시아로 쏠린다.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지만 의료수준이 높고 관광자원도 풍부한 게 결정적인 매력이다. 의료관광에 발 빠르게 나선 태국을 대표주자로, 동남아 각국과 중화권 국가들이 세계의료관광 허브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인다.
한국은 2009년부터 의료관광을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직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나 높은 의료기술로 무장하고 맹추격 중이다. 고급 의료서비스에 대한 중국 중산층의 수요가 높아 인접국인 한국에는 큰 호재다. 각종 제도, 관광상품 등이 효과적으로 연결된다면 승산이 있다. 의료관광이 전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저성장의 늪을 탈출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기대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한국, 2020년까지 100만 명 유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얼마 전 발표한 ‘2012년 외국인 환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의료관광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그후 외국인 의료관광객은 2009년 6만여 명에서 2012년 16만여 명으로 연평균 38%가 넘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의료관광객의 국적도 141개국에서 188개국으로 다양해졌으며, 이들이 국내 의료기관에서 지출한 돈은 2천673억 원에 달한다. 나아가 한국관광공사는 작년 11월 펴낸 ‘2013 한국 의료관광 총람’에서 자체 자료와 보건복지부 통계 등을 토대로 지난해 의료관광 수입총액이 1조107억 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의료관광의 성장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을 탈피하는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의료·보건뿐 아니라 관광·쇼핑·숙박·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게 이유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의료관광객 100만 명을 유치할 경우 9조4천억 원의 생산을 유발하며, 11만7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경쟁력이 약하다. 일례로 2012년 의료관광객은 세계의료관광객(5천370만 명)의 0.3%에 불과하다. 다행이라면 발전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과 인접한 게 무엇보다도 장점이다. 국내 외국인 환자 중 20%가 중국인으로,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꾸준히 늘어 2009~12년까지 3년간 무려 7배나 급증했다. 이어 미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의 순으로 한국을 찾는다.
외국인들이 의료관광지로 한국을 택하는 이유는 우수한 기술 때문이다. 이어 한국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인지도, 최첨단 의료장비와 시설, 관광, 지리적인 접근성 등도 긍정적인 요소다. 특히 다양한 쇼핑의 가능성이 만족도를 크게 높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남산한옥마을에서 열린 ‘외국인을 위한 한방의료관광 체험행사’. 의료관광은 의료·보건뿐 아니라 관광·쇼핑·숙박·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로 연계돼 많은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한다. 사진_ 이상학 기자
정부는 이에 따라 의료관광객 유치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규제완화 등 제도적 지원에도 나섰다. 의료민영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 의료기관들이 여행·관광업·숙박업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힘입어 관광공사는 올해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25만 명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상반기에 의료기관·유치사업자·의료관광객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온라인 기반의 ‘의료관광 통합 허브 플랫폼’을 개설한다. 여기서는 홍보, 상품 등재 및 예약, 결제·정산, 한류상품과의 연결, 의료사고 보험개발 등이 종합적으로 다뤄진다. 지방자치단체의 의료관광 클러스터(집적단지) 조성도 지원한다. 각 지역의 특화된 자원을 활용해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공모를 통해 시범지역을 고른 후 상품화·홍보 등을 적극 돕는다.
불법 유치업자, 바가지요금, 의료사고 발생 등을 막기 위한 의료관광 위기관리 시스템도 구축하며, 의료관광 취업박람회와 전문 여행사 실무 인력 양성화 등도 병행한다. 관계자들은 한국의 의료수준이 높고 서비스 만족도가 높으며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므로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만 체계적으로 갖춘다면 향후 발전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얘기한다.
아쉬운 것은 부족한 관광상품이다. 관광공사는 이를 의료와 한류를 결합한 마케팅으로 극복한다는 각오다. 예를 들면 독창적인 젓가락 문화를 우수한 손기술, 섬세한 의료서비스로 연결시킨다. 아름다운 피부성형의 강점은 결혼 및 특화된 결혼사진 촬영으로 연계하며, 여유로운 문화는 한방의료와 한옥·한식 체험으로,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는 건강검진과 한류공연 등으로 이어간다. 한방진료, 선박여행, 국제적인 회의·전시회 등도 고루 접목해 2020년까지 100만 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현경숙 방콕 특파원 ksh@yna.co.kr
이주영 자카르타 특파원 scitech@yna.co.kr
류성무 타이베이 특파원 tjdan@yna.co.kr
김권용 하노이 특파원 kk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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